미지의 고민

by NewBoom NewBoom posted Nov 04, 2012 2012.11.04 11: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전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절대 화 내서도 안되고, 아주 솔직히 얘기해줘야 해~

이건 정말 나한테는 중요한 얘긴데, 아빠가 정말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내심 겁이 버럭 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궁금한 일이 있길래...

뭐냐고 물었죠.

 

미지 왈 '아침에 선생님이 우셨어.'

 

컥! 그걸 어쩌라고? 그게 왜 미지한테는 중요한 일인지? 내가 뭘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는지...

얘기를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아무래도 혼낼일이 있겠죠.

1학년때 선생님과는 달리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정말 화를 잘 않내시는 분인데, 어쩌다가 몇 학생을 혼냈나봐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르고...

그 부모님은 학교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고...

 

도대체 학교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아무튼, 항의 전화를 받은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와 울면서 이런 얘기를 하더랍니다.

'얘들아~ 너희가 선생님한테 무릎 꿇으라면 꿇을게. 제발 집에 가서 그런 얘기좀 하지마~'

 

저도 몇번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정말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린 선생님이었죠.

 

어쨌든, 이 얘기를 쭉~~~ 하더니 선생님이 울어서 자기도 같이 울었다는거예요.

상처 받았을 선생님을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던거죠.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문을 열었죠.

 

아빠 '미지야~ 그럼, 미지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미지 '응. 맞다고 생각해. 애들이 잘못해서 혼난건데 당연하지~'

아빠 '그래. 좋아. 지금 가장 좋은건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잘못해서 혼났을때 부모님께 이르지 않는걸거야. 그치?'

미지 '응.'

아빠 '그런데, 선생님 말씀도 안듣는 애들이 미지가 "그러지 마~"한다고 미지 말을 들을까?'

미지 '아니.'

아빠 '그렇다면, 아빠 생각엔 차라리 선생님 마음을 추스려드리는게 더 나을것 같아.'

미지 '어떻게?'

아빠 '미지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지?'

미지 '응.'

아빠 '그럼 미지가 선생님께 편지를 써. 길게 쓰지 않아도 돼. 그냥 이런식으로 써.

        "선생님~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 마음 알아요. 선생님 힘 내세요~" 이런식으로...'

미지 '아빠! 바로 그거야!!!'

아빠 '뭐?'

미지 '으이휴~ 그냥... 엄마는... 내가 이걸 물으니까 "무슨 그런 선생님이 다 있니?"하면서 화만 내잖아.

          바로 그거야. 앞으로도 지금 이거처럼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이렇게 해답을 내주면 돼. 알겠어?'

아빠 '응. 알았어.'

미지 '앞으로도 아마 이런 질문을 많이 할거야. 그때마다 이런식으로 하라고. 알겠지?'

아빠 '응. 알았어. 편지 꼭 쓰고 자~'

미지 '응~'

참네... 어이없어. 아빠한테 이래라 저래라... 으이구~~~

 

다음날이 되니 내심 궁금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됐을지.

미지에게 전화를 걸었죠.

아빠 '선생님께 편지 드렸어?'

미지 '응.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석류쥬스하고 같이 드렸어.'

아빠 '선생님께서 뭐라셔?'

미지 '응.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어.'

ㅋㅋㅋ 단어선택하고는... 기쁨의 눈물... ㅋㅋㅋ

 

맞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이 얘기를 할때 그걸 귀담아 들어주길 바라지요.

나한테 그렇게 고마워하는걸 보면서, 내가 미지때문에 많이 커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참 미지는 착한 아이입니다. 아침에 선생님께서 우셨다고 하루종일 고민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다행입니다. 제가 이렇게 작게나마 미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