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by NewBoom NewBoom posted Jan 01, 2018 2018.01.0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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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벽 3시 17분.

제가 운동하는 배드민턴 클럽 사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고, 11시쯤 집에 들어와 바로 잠이 들었다가 3시가 좀 안되서 깼습니다.

어젯밤에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신 덕분에 그냥 지나쳐 버렸네요.

꼭 써야겠단 생각에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2016년 7월부터 시작된 안좋은 일의 연속.

예전 배드민턴 클럽에서의 구설수.

예상치 못했던 이혼.

딸 미지와의 연락두절.

사업실패.

약 16개월동안 계속된 안좋은 일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했던 사업을 과감히 접고, 보름동안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지요.

인생에서 그런 시간을 갖을 수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즐기려고, 혹은 견문을 넓히려고, 또는 새로운 무언가를 접해보려고도 아닌 그냥 내려놓으려고...

 

다 내려놓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내려놓게 됐습니다.

여행 후 되돌아와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전공은 전산인데, 컴퓨터를 안만진지 거의 14년.

 

남양주로 이사온게 8년째입니다.

이사 온 이후로 제게 이로운 일로 기억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남양주를 뜨고 싶었습니다.

아니, 최대한 서울, 경기권을 멀리하고 싶었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제주도에 일거리 없냐고?

제주에는 할 일은 많다고 얘기하네요.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한 후에 다시 연락 달라네요.

 

문득, 여행을 떠나기 전 함께 운동하는 동생이 제게 제안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형~ 블라인드 한 번 배워보시죠? 돈 좀 되는것 같던데... 제 후배가 하는 회산데 괜찮을거예요.'

 

그 동생에게 연락해서 블라인드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블라인드와 폴딩도어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제조, 설치, 영업, 온라인판매 등 모든걸 하네요.

 

면접을 봤습니다.

여태 제가 했던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적에 쫓겨야 했고, 매출에 신경써야 했고...

이제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시키는 일 아무 생각없이 하며, 맘 편하게 일하고 싶었습니다.

 

또...

저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제가 하는 일은 뭐든 제가 다 할 줄 알아야합니다.

식당을 했을때에도 모든 음식을 제가 다 했었으니까요.

 

블라인드와 폴딩도어 역시 마찬가지로 다 할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조, 설치, 영업 등 모든걸...

 

면접을 보면서 얘기했지요.

소개시켜 준 동생에게 얘길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기 위해서 여기 온게 아니다.

그 동생 말로는 이 사업이 비젼이 있다고 해서 모든걸 다 배우기 위해서 찾아온거다.

 

알겠다네요.

그리고, 바로 일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무슨 일을 할거냐고.

블라인드 회사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고 했죠.

거기서 뭘 하냐고 묻길래, 그냥 공장에서 일 하는거라고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 '잘 했다.'

 

어머님의 대답에 옛 생각이 떠오릅니다.

제가 대학원 다닐적에...

뜻밖의 선물인 미지가 태어났고...

더이상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돼서 여러 직장을 알아보다가 보험회사 영업직으로 입사했죠.

그 때 어머님께서는 정말 많이 우셨어요.

애써 돈 들여 공부시켜 놨더니 왠 보험영업이냐고...

그렇게 공부시킨 제가 공장에서 일을 한다는데 하시는 말씀이 '잘 했다.'

 

아마 제 마음을 알고 계셨나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험영업하며 실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장사를 하며 매출에 스트레스를 받고...

하지만, 공장에서 일을 하면, 시키는 일만 하면 되잖아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으니...

 

입사한지 한 달이 됐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오랜시간 혼자 지냈었거든요.

하나하나 상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었고, 사람과 밥을 먹고 싶었고, 사람과 술자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지속되다보니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고, 나쁜 생각도 했고...

이제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요, 사람들과 함께 밥도 먹고, 사람들과 함께 술도 마십니다.

일을 잘 한다고 제게 일을 점점 더 주네요.

처음엔 폴딩도어 만드는 일을 하라더니, 2주만에 블라인드쪽 일을 하라네요.

회사에서 두 가지 일을 다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매일 야근입니다.

한 쪽 일이 끝나도 다른 한 쪽 작업이 안끝나면 거기 가서 도와줍니다.

덕분에 아침 8시쯤 집을 나서서 되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밤 10시정도?

힘들지 않냐라고 묻고 싶겠죠?

별로요.

전혀라고 할 순 없죠.

한 번은 밤 10시 넘어까지 일을 했는데, 이러다가 병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적도 있거든요.

하지만, 너무 만족합니다.

 

한 예로.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동안 장사하면서 쉰 날이 제 기억에 딱 4일이었습니다.

하지만, 12월 한 달 일을 하면서 이미 11일씩이나 쉬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어디 있습니까?

매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직원들 월급에 거래처 결재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이거 하라면 하고, 저거 하라면 하고...

 

회사에서 이상한 소문이 돈다네요.

무슨 말인가?했더니...

도대체 뭐했던 사람이길래... 일에 미친사람 같다네요.

사실...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이었던 어제도 회사에 가서 혼자 일하고 왔거든요. ㅋ

솔직히... 빨리 기술을 배워야 빨리 내가 가야할 방향을 잡지 않겠어요?

 

지금은 두 사람이 했던 일을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일찍 퇴근하는 날은 없을듯...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을 해야할듯...

하지만, 게으름 피우지않고 일 하는걸 알고 있기에, 일이 있을 때에는 맘대로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습니다.

즐겁습니다.

제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마굿간 모임에도 자주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시작되는 새해부터는 이제 밝은 글들만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여태 걱정해주시고 신경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올해부터 그 분들께 하나씩 하나씩 보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

 

그나저나... 이제 애인을 만들고 싶은데... 맨날 회사랑 집만 왔다갔다하니... 어떻게 만들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