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내려놓고

by 푸른등불 푸른등불 posted Dec 07, 2017 2017.1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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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이 노래를 듣는다.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로
먼 길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해서 쉼표를 찍는 마음으로
차 한 잔 내려서 탁자 위에 놓고
이문세와 자이언티의 ‘눈’을 들었다.
추운 겨울을 단번에 따뜻하게 만드는 노래다.
눈이 주는 아득함과 포근함을 제대로 표현했다.
 ‘겨울의 힐링송’이라 할 만 하다.

읇조리며 다독이는 두 사람의 콜라보는 최적이자 최고다.
이문세의 음악적 감성을 익히 알고 존경하는 자이언티와
아들같은 후배의 음악적 감성을 꼼꼼히 읽어낸
이문세의 세심한 배려가 
우러진 결과물로 보인다.
 
자이언티는 비강을 울리는 발성을 많이  쓰는데
이문세 역시 갈수록 비강의 울림이 좋은 발성을 구사하고 있다.
‘눈’의 ‘ㅜ’ 발음,
'눈이 올까요' 등의 '요' 발음은 
비강이 짧은 사람은
충분한 울림을 만들지 못하는 발음인데
유난히 비강이 긴 두 사람의 소리가 
나직한 울림으로 마음을 아득하게 한다.
특히 이문세의 비강의 울림은 한층 깊고 풍성하여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어루만진다.  

노래는 시작부터 분주한 발걸음을 느릿하게 하고
움추러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더니 
노래 후반부의 ‘눈, 눈이 와요’ 부분에서는
깊은 몽환적인 느낌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러면서 숱한 기억들을 끌어올린다.
이 계절이 잊고 털어버리는 ‘忘年會’의 계절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일들을 기억해야 하는 계절임을 일깨워 준다.
노래를 들으며 내가 지나 온 시간 속에 아로새겨진 
그 기억들의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눈'을 추운 겨울을 덮는
이불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노래 '눈'은 춥고 지친 우리 삶을
포근하게 감싸는 이불같은 노래다.
우리 삶을 따뜻하게 덮는 선물같은 이 노래가 고맙다.

P.S; 뮤직 비디오로 보니 노래가 슬픈 감성으로 아련한데
       노래로만 들으면 추운 겨울 차 한 잔 나누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