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나였어

by 푸른등불 푸른등불 posted Jul 20, 2012 2012.07.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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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나가수에서 서문탁이 이문세의 '그게 나였어'를 불렀다. 

락커가 부른 발라드였지만, 훌륭하게 잘 소화하였다.

갑자기 이문세 6집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문세 6집은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문세와 이영훈의 생각의 속살을 엿보게 한 음반이다.

나는 문세와 거의 동시대를 살아왔다.

그의 3.4.5집이 대 히트를 칠 때 나 역시 20대 후반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그가 발표한 6집은 다소 뜬금없었다.

서정적인 발라드의 기조에서 방향을 바꾸었는데

'해바라기'같은 전형적인 발라드도 있었지만,

'장군의 동상' 같은 다소 계몽적인 성격을 띈 노래가 많았다. 

아마 당시 3,4,5집의 성공에 대한 일부 비판적 시각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

80년대는 한국 학생운동의 이념적 전성기였다.

당시는 이념서적 한 두권 읽고 세상을 논하지 않은 학생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결국 6월 항쟁을 통해 넥타이부대까지 거리에 나오고 직선제를 쟁취하게 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문세표 발라드는

젊은이들에게는 일종의 마음의 안식처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들의 감성을 너무 말랑말랑하게 한다고..

이문세 6집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음반이다.

결론적으로 전략적  미스였다고 본다.

이문세는 이문세고, 이영훈은 이영훈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계속 승부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에 민감했고 거기에 부담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들에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 그것이 6집이다.

그러나 나는 이문세 6집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속살을 엿보게 된다.

그것은 그들이 기본적으로 착하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이문세는 영리한 사람이지만, 착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6집은 그의 음악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그가 대중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심성을 가진 아티스트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6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그게 나였어'는 매우 자기성찰적인 노래이다.

"정직한 나, 필요한 내가 되고 싶었어. 아름다운 날 만들기 위해'  정말 착한 가사다.

이 노래를 고른 서문탁이라는 가수도 노래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니 착한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이문세 6집이 나오던 89년  첫 딸 아이가 태어난 것 같다.

그 아이가 24살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