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음악회

by 푸른등불 푸른등불 posted Sep 05, 2019 2019.09.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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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음악회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나눔을 위한 공연 컨셉도 좋고,

공연장소가 워낙 낭만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에겐 토요일 밤,

강원도에 있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일 년에 한 주 쉬는 휴가를

딱 그 날짜에 맞추기도 힘들고

아내와 가족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해서 구실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휴가는, 사위, 딸 공연도 보여줄 겸

함께 강원도 봉평에 가자.

손주도 같이 걸 거 아니냐.‘

손주를 워낙 보고 싶어 하는 아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손주도 같이 간다는 말에 아내는 흔쾌히 승낙하고

기꺼이(?) 숙소에서 손주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공연 보려고 이 골짜기까지 와요?”

라고 묻는 천진한 아내는 그래도 우리 가족 중

문세를 가장 편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버킷리스트는 완성되었습니다.

가을 같은 여름밤을 수놓은

음악의 향연은 상상이상이었습니다.

아주 편안한 공연이면서

공연의 완성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도입부와 피날레도 그렇고

공연은 일정한 흐름이 있었고

잘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이문세표 공연 맞았습니다.

그럼에도 여백이 많고 여유로움 가득한

결이 다른 공연이었습니다.

가을이 오면에서처럼 코러스와 세션들이 웃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빨간 셔츠 입은 옛 사랑아저씨

이문세와의 듀엣으로 등장한 미지,

10대들의 댄스배틀이 그랬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단비오래된 이야기

가장 울림이 컸습니다.

지금의 숙성된 목소리가 잘 배어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같은

20대에 들었던 노래도 반갑지만,

새로운 노래들이 귀에 착착 안기는 것을 보면

이문세는 여전히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하는

현재진행형 레전드가 맞습니다.

 

봉평까지 간 것은

당연히 이문세공연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마굿간 식구들을 한 번에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솔직한 기대였습니다.

반갑게 다가온 분들,

멀찍이서 눈인사만 나눈 분들,

그냥 쳐다보기만 한 분들도 있지만,

많이 반가웠습니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 가족들,

표를 구하고 계획을 세우고서도

막상 오지 못한 마굿간 가족들이 있음을 압니다.

더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또 다른 기대를 품게 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푸른 숲 속의 음악처럼

삶을 그렇게 푸르게 가꾸어가는

마굿간 가족들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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