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열세 달이라구?” 신(神)이 바캉스 떠나는 ‘윤달’

by 달콤쵸코 달콤쵸코 posted May 22, 2012 2012.05.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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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열세 달이라구?” 신(神)이 바캉스 떠나는 ‘윤달’

 

음력에서 찾아요!

예로부터 우리는 태양력이 아닌 태음력과 함께 했다. 태음력은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현상, 즉 달의 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달력이다. 조상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한 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지금처럼 정교한 관측기가 있었더라면 쉽게 날씨와 기후를 예상해 농사 계획을 세우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밤하늘의 달 모양을 보고 그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달의 변화 주기를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달의 주기는 약29.53일 정도다. 주기가 딱 떨어지면 좋으련만 정확한 29일도, 30일도 아니므로 음력의 각 달은 29일과 30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열두 달을 만들 때 1년이 354일이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1년 365일은 태양력 기준으로 이보다 음력이 11일이 짧다. 양력에 맞추고 계절과 너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간간이 넣은 달을 윤달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해 19년을 주기로 윤달을 7번을 넣는다(19년 7윤법). 양력에 맞추기 위해 차이 나는 음력 날짜만큼 채워 넣기 위해 또 하나의 음력 달을 추가하는 것이다. 윤달이 든 해는 1년이 13개월이 된다. 윤달은 어떤 때에는 음력 2월이었다가 또 어떤 때엔 7월이 되기도 하다. 이처럼 일정한 달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윤삼월이라고 하여 3월의 음력이 두 번이나 된다.

 

“윤달 없는 음력 상상할 수 없어“

‘윤달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 보자.

지금부터 윤달을 넣지 않으면 17년 후에는 음력 오뉴월에 눈이 내리고 동지, 섣달에 폭염이 내릴지 모른다. 예로부터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이때만큼은 불경스러운 행동도 벌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윤달에는 조상의 묘를 이장하거나 수의를 마련하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또 ‘윤달은 간섭하는 기운이 없어 혼인하기에 좋은 달’이라고 하여 결혼 날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신이 활동하지 않는 달’이라고 인식되면서 ‘경사스러운 날에 돌아가신 조상이 음덕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윤달에 결혼하지 않는다. 사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을 때 윤달을 기피하는 이유는 기념일이 4년에 한 번 돌아오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신, 쉬어라”

자연의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 조상들은 여기에 재미난 개념을 더했다. 바로 ‘신’이다. 늘 신과 함께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신은 우릴 감시하고 지켜주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했다. 재미있는 점은 신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신을 무섭고 경직된 존재로 보지 않고 해학적인 묘미를 더했다. 늘 인간과 함께하던 신이 4년에 한 번 꼴로 떠나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갑자기 어느 광고 카피문구가 생각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신이 휴식을 취하러 떠난 윤달이 가기 전, 계획한 일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

 

출처: 글마루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