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잠이 안 오더군요. 겨우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
5시 40분에 집을 나서 토쿄 하네다 공항 7시 출발 오사카 이세탄 공항 8시 10분 도착!!
아직 공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고로....
일단 오사카 역으로 이동해 JR로 약 40분 거리의 나라의 호오류지로 갔지요.
오전엔 지난 나라 교과서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나라 호오류우지의 금당벽화와 백제관음상, 반가사유상을
감상하며 여행의진수를 누리면서 공연을 기다리기로...
오후 3시경 오사카로 돌아와 공연이 끝난 후에 집에 돌아가는 리허설을 하기로 했습니다.(그날 밤에 못 돌아오면 큰 일 나니까요)
오사카 역에서 공연장이 있는 오사카성공원역까지는 네 역.
공연 후 토쿄로 돌아가는 야간버스를 타야 하는 터미널까지는 오사카 역에서도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지요.
공식 터미널이 아닌 지 터미널이 눈에 띄지 않아 좀 애를 먹었는데 터미널을 확인하고 오던 발길을 돌려 다시 오사카역에서 오사카성공원역까지는 네 역에 약 10분 소요.
오사카성공원역에서 내리니 확 트인 공간이 아주 맘에 들더군요. 오른 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어 수상 버스도 다니고 말이죠…
너덜너덜해지고 있는 오사카 지도를 들고 어렵지 않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장 도착시간 5시. 그런데 서운하게도 오늘 공연이 무슨 공연이 있는 지 포스터나 설명이 없더군요.
5시인데… 좀 서운…
혼자 그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주변 거리를 시찰하기로 하고 걷다가 이따가 공연 때 노래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싶어 오코노미야키 집을 찾았는데 없어서 그 어디나 흔한 이자카야 집에 가서 맥주 한 잔에 간단한 저녁거리를 시켜 놓고 공연 준비??!!
6시 전에 공연장을 다시 찾았는데 그 때는 이미 30여명 정도가 와 계시더군요. 그런데 확연히 알겠습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일본인들은 입구부터 줄을 서 있는데 한국인들은 약간 떨어져서 여기저기 삼삼오오…
공연장 앞에는 다리가 있고 오른 쪽엔 뉴오타니 호텔, 맞은 편엔 거대한 오사카성 홀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날 일본의 유명가수 마츠다 세이코상의 공연이 끝났는지 거대한 인파가 몰려 오더군요. 만약 한국에서 이문세 님의 공연이 끝나면 이런 분위기겠죠?
6시 반이 넘어 입장이 시작되고 제 자리는 P37이었죠. 제 옆자리에 역시 혼자 오신 분이 앉아계시더군요.
‘혼자 오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혼자 오셨다고 해서 저도 혼자고 동경에서 왔다고 했더니 갑자기 엄청 반가워 하시면서 재일한국인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부터는 한국어로 이야기 하면서 한국어를 배우시고 계시다고…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더 반가워 하시네요.
끝나고 저녁먹자고 하시는데 저 바로 가야 한다고 하니까 나가시더니 커피랑 샌드위치를 사 주시는 겁니다!! 역시 오사카의 한국인은 다르군요!!
아쉽게도 공연은 7시 10분에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부드러운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는 조용한 발라드였습니다.
모두 점잖게 감상(?)을 하더군요.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문세 님의 공연의 진수는 뭡니까?
관객과 하나가 되는, 함께 하는 공연 아닙니까? 조용희 턱괴고 감상만(?) 하는데 기운이 날 리가 없으셨겠죠? 드디어 멘트를 날리기 시작하십니다.
조리가 있으면서도 맛깔나고, 재치있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멘트말입니다!! ^^
그리고 흥겨운 음악들이 나오고 모두 일어나 몸을 흔들고 신나게 공연을 즐겼습니다.
전 정말 공연 때는 이기적이 되는 모양입니다.
방금 옆의 아주머니에게 샌드위치랑 커피 얻어 마신 것도 잊고 앞만 보고 공연에만 충실했습니다.
일어나야 할 때만 아주머니에게 눈짓을 주고 정말 신경 하나 못 써 드렸네요.
지난 해의 동경 공연과는 또 달랐습니다.
물론 무대도 달랐고, 백댄서도 없고, 공연장의 크기도 물론 다르고 관객의 반응도 차이가 있더군요.
제가 동경공연 때는 앞에서 8번 째라서 흐르는 땀까지도 볼 수 있어 뒤 상황을 몰랐지만요.
하지만 그런 다른 요소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이문세 님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 밖에 안 들었습니다.
혼자만의 콘서트가 아닌, 관객을 무대로 나오게 하고 그러면서 그들을 무대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고 또 뒤를 보이고 가는 그들에게 얼른 작은 선물을 안겨주는… 정말 다른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는 콘서트에 온 관객을 위한 무대를 치밀하게 구상했다는 것이 보여졌습니다.
일본인 들 반, 한국인 반이었다죠? 하지만 한국인중에 재일한국인(재일동포)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분들도 계시니 이문세 님의 그 재치 있는 말솜씨를 재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 좀 안타까웠지요. 기모노를 이쁘게 차려 입고 오신 어떤 일본인 관객이 이문세 님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이게 한류고 문화대사지 뭡니까?!?!
각설하고
전 9시가 넘어가면서 긴장하게 시작했습니다.
처음 공연 시작할 때 문세 님 공연은 두 시간 반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고맙기는 했지만 이 날은 신데렐라이기에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뛰어야 하기에…넘넘 서운서운…
열정적인 무대는 9시 반을 넘겨가고 이제 밴드스텝들도 모두 무대로 내려와 누가 가수인지 모를 정도로 어우러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물론 관객들도 흥분 상태에서 한마당이 펼쳐 집니다.
그리고 어느 틈에 1층으로 오셔서 관객들 속을 누비며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시더군요. 옆의 아주머니와 저도 통로로 나가 기다렸겠죠.. 으---- 우리 쪽으로는 눈길도 안주시더군요.
그 속에서 전 한 곡이라도 더 즐기고 가려고 고무줄처럼 시간을 늘리고 머리 속으로는 뛰는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답니다.
9시 40분.
공연이 끝났습니다.
앙콜을 외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버스 탈 수 있겠느냐는 옆의 아주머니의 염려를 뒤로 하고 달리고 달리고, 뛰고 뛰고--------헉헉
눈 앞에서 전철이 출발을 하고 숨을 고르고….후------ 히히----웃음이 나오네요---
다음 전철을 타고 오사카역으로--- 마음은 공연장에 두고 왔는지 노랫소리가 머릿속에 웅웅 울립니다…
오사카 역에 도착해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그렇지요!! 뛰고 뛰고 달리고 달리고…계단을 올랐다가 내렸다가…
그 때 느꼈습니다.
혹 제가 40대의 탈을 쓴 20대가 아닐까 하고요. ㅎㅎ ^^;;
다리는 넘넘 가볍고 머리는 상쾌하고 완전 날았습니다.
터미널 도착하니 출발이 20분이나 남은 겁니다. 오호 통재라~~~~~~
버스를 타니 옆 자리 여학생이 갑자기 몸은 돌립니다.
아마 공연장에서 흘린 땀냄새가 진동을 했겠죠? ㅎㅎ 우아함은 다 벗었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얼른 아이폰으로 이문세 님의 음악을 다시 듣습니다.
밤새 밤새….밤이 하얗도록…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걷고 분명 몸은 피곤할텐데 정신이 말짱!!
동경에 도착하니 아침 6시인데 또 몸은 뜁니다.
남편과 아이를 바통터치하고 출근해야 하니까요.
집을 나선 지 딱 25시간만인 아침 6시 40분에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왔네요-
월요일도 평소보다 더 기운차게 일주일을 시작했습니다. 동료들이 저의 에네르기에 놀라는군요!!ㅎㅎ
그래 난 40대의 탈을 쓴 20대라구----
이 에네르기를 주신 이문세 님께 감사감사 드립니다.
올 가을에 동경에 또 오심은 어떠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