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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21.08.11 16:00

감사합니다

2021.08.11 16:00 조회수 690

고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도

20여일이 됩니다.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며칠을 노심초사 기도했으나

끝내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불과 나흘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늘 분주하게 사시더니

종종걸음으로 가셨습니다.

89년 인생

불꽃처럼 사시더니 불꽃처럼 가셨고

바람처럼 사시더니 바람처럼 가셨습니다.

 

코로나 4단계로 인하여

장례절차에 많은 제한이 있어

가족이며 목사인 위치로 해서

입관예식과 봉안예식을 맡았습니다.

사랑 많이 받은 조카로서

마지막 사랑을 드리는 심정으로

정성껏 천국으로 환송해 드렸습니다.

 

고모님은 잘 아시다시피

한국현대무용의 개척자로

한국무용사의 한 획을 그으신 분입니다.

1950년대 비교적 점잖고 보수적인 전주,

그것도 아주 엄격했던 기독교 가정에서

무용의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며

가슴 속 꿈과 열정을 따라 사셨습니다.

 

저에겐 자상한 고모셨습니다. 

어릴 적 집에 오시면

저더러 꼭 춤을 추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춤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춤을 추고 나니

뭘 갖고 싶냐고 물으셨습니다.

농구공!’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후 진짜로 농구공을 사오셨습니다.

그 당시(1960년대)는 그렇게 선물을

받는 일이 흔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정말 폴짝 폴짝 뛰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뒤로도 늘 자상한 사랑의 손길로 인해

늘 감사하고 빚진 마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미국에 연구차 나가 있던

동생이 7월 초에 한국에 들어왔고

마침 종원이도 한국에 들어와 있어서

마지막 시간을 모두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슬픔 가운데도 감사했습니다.

 

장례 내내 문세가 참 든든했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의 사위가 되어

좋을 땐 함께 기뻐하고

힘들 땐 든든히 바람막이가 되어 준

시간들이 고맙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가셔서

장례가 끝나고 아쉬움과 허전함.

죄송한 마음이 복잡하게 밀려왔습니다.

가까이 있던 자식들은 더할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합니다.

우리 역시 먼저 가신 분이 그랬듯이

내 뒤를 따라오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야겠기에

우리의 길을 성실히 가고자 합니다.

 

위로해 주신 마음들에 감사합니다.

에덴 낙원 봉안식장까지

와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 ?
    애많이 쓰셨습니다
    이별은
    항상..
    힘이 드는것 같아요.
  • ?
    광양댁 [광양댁] 2021.08.11 19:02
    [광양댁]

    애쓰셨어요 목사님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예요
    지현언니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
    멋진은주 [멋진은주] 2021.08.12 12:32
    [멋진은주]정말 애 쓰셨습니다.
    가족들의 배웅속에서 좋은곳으로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이 아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
    아탕 [아탕] 2021.08.12 13:11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요즘입니다...

    * 애많이 쓰셨습니다
    글 정말 고맙습니다
  • profile
    이쁘니 [이쁘니] 2021.08.12 14:07
    옆에 계실때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혜어지고 나서야 더 아쉽고 그리운 것은 왜 일까요??
    갑자기 떠나셔서 더 황망했을 지현 언니를 생각하니 더 마음이 쓰입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잘 계실거라 믿습니다.
  • ?
    문세만세 [문세만세] 2021.08.12 15:02
    갑자기 떠나도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아쉬음의 깊이는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다들 애쓰셨습니다.
  • ?
    백의천사 [백의천사] 2021.08.13 12:20
    곁에 안계셔서 느껴질 허전한 빈자리..
    저미는 공허함은 가끔씩 찾아올테지만.
    그래도 먼저가신 고모님께서는 하나님곁에서 편히쉬실테니
    감사한 마음으로 위로와 기도를 드립니다.
  • profile
    영록 [영록] 2021.08.13 14:06
    목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늘에서 목사님이 잘 사시는 모습을 지켜보실거에요..
  • ?
    boxing71 [운영자] 2021.08.13 16:55
    더운날씨에 큰일 치르시면서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저는 아버지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상주하고있던터라.(여러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회복되셨네요.^^)
    비보를 접하고도 찾아뵙지 못했네요.
    죄송한마음 헤아려주시고..
    유가족분들께 싱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건강유의하세요. 목사님.^^
  • profile
    나나맘 [나나맘] 2021.08.14 00:03
    어려운 시기에 큰일을 치르신 가족분들 마음 한없이 아프실텐데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천국 환송 잘 하셨고 또 천국에서 가장 평안 하시리라 믿습니다 가족들 모두 힘내시길 기도합니다
  • ?
    monica [monica] 2021.08.14 11:09
    함께 기도를 드립니다. 아멘.
  • ?
    한우리 [한우리] 2021.08.14 18:00
    고생 많으셨어요, 목사님. 늘 건강하셔요.
  • ?
    허브향기 [허브향기] 2021.08.15 14:43
    언젠가는 이별은오지요..
    갑작스러움에 현대무용계 큰대모
    큰별이셨는데 오래오래기억에 남습니다
    입관. 봉안예식을 해드려서
    한결 마음든든합니다 이제는좋은곳에서
    지켜주실꺼예요 목사님 건강하세요
  • profile
    푸른등불 [푸른등불] 2021.08.15 18:35
    키가 큰 나무/ 공석진

    키가 큰 나무는
    좋기만 할까
    큰 키로
    험한 풍상
    매운 태양
    온 몸으로 맞는데

    키가 큰 나무는
    좋기만 할까
    성장하기까지
    갖은 수모
    모진 수고
    흔적으로 남는데

    키가 큰 나무는
    좋기도 하겠다
    저 홀로
    창공에 우뚝 서
    우두커니
    그늘도 클진대
  • profile
    청춘 [청춘] 2021.08.26 15:23
    많은생각이 드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 ?
    까불이 [까불이] 2021.08.28 23:26
    정성담긴 글 잘 읽었읍니다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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