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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5.06.08 16:52 조회수 1380

미지는 한 달에 두 번 만나지요.

하지만, 지난달엔 일이 좀 있어서 한 번 밖에 못 봤어요.

매르스때문에 지난 금요일날 학교를 안간다길래, 금.토.일 3일동안 함께 있었지요.

 

금요일 저녁.

고기가 먹고싶다고해서 구워줬지요.

고기가 거의 구워질 무렵 소주를 한 병 꺼냈습니다.

음료수컵에 한 잔 따르고, 남은 소주를 냉장고에 넣었지요.

그랬더니, 미지가 자기가 앉아있는 벽쪽으로 잔을 갖다놓더라고요.

달라고 했더니, 먹지말라네요.

다시금 달라고 했는데, 또 마시지 말라네요.

이리 달라며 컵을 집어들었더니, 같이 잡고 놓지를 않네요.

둘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술을 좀 엎질렀네요.

화가 났어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알고 지내는 어르신이 저에게 술을 따라주는데, 받지 말라며 떼를 쓰는거예요.

왜 그러냐니까, 아빠 빨리 죽는거 싫다며 울고불고...

따라주려는 그 어르신은 너무 난감해했고, 저도 얼마나 죄송스러웠는지...

그 때 얘기를 했었어요. 미지 생각은 알지만, 그 어르신의 입장도 생각해야하지 않냐고...

다음부턴그러면 안된다고... 

 

그런데, 또 괜한 고집을 피우는거예요.

한 잔 마시며 고기를 먹는데 너무 화가 나는거예요.

무작정 먹지 말라니...

눈물 뚝~뚝~ 흘리며 먹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네요.

 

'그러면, 미지는 아빠가 아이스크림 먹지 말라면 안먹을 수 있어?'

'응.'

'알았어. 아이스크림에 유지방이 있어서 몸에 안좋거든? 앞으로 먹지마!'

'알았어.'

'아빠가 한 달동안 두고 볼거야!'

 

그렇게 대화를 했는데, 더 화가 나는거예요.
정말 미지가 앞으로 아이스크림을 안먹을 수 있을까요?

말도 안되는 약속을 했다는데 대해 더 화가 나더라고요.

 

계속해서 미지는 먹지도 않고 그냥 앉아있고...

'고기 먹을거야? 안먹을거야?'

'...'

'고기 먹을거야! 안먹을거야!!!'

'먹을거야...'

'빨리 먹어! 그리고, 아빠는 미지 그렇게 고집 피우는거 너무 싫어. 지금 미지 보고싶지 않거든. 엄마한테 전화해. 오늘 다시 집에 간다고!'

고개를 젓네요.

그리고, 또 계속 가만히 있네요.

 

'빨리먹어! 아빠 더 화 냈으면 좋겠어? 아빠 장사해야 하니까 빨리 먹고, 빨리 가!'

또다시 고개를 젓고서는 또 그냥 가만히 있네요.

 

비닐봉지를 꺼내 왔습니다.

그리고, 미지가 먹을 고기를 봉지에 담았어요.

'아빠 장사 못하게 하려고 이러는거야?! 집에 가서 먹어!'

미지 손목을 잡고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했습니다.

안간다며 버티네요.

'아빠 지금 정말 많이 화 났거든! 아빠 정말 미지 보고싶지 않거든! 빨리 집에 가!!!'

또다시 손목을 잡고 끌어내려고 하는데, 있는 힘껏 버티네요.

 

밖에 나가서 차에 시동을 켜고 가게 앞에 세웠습니다.

'갈거야 안갈거야?'

'안가~'

'아빠는 미지 보고싶지 않거든. 알았어. 그럼, 미지는 여기에 있어. 아빠가 나갈게!'

'가지마~ 가지마~!'

울며불며 가지말라고 소리를 치네요.

무시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왔지요.

 

침대에 누워있는데, 계속 문자가 오네요.

********************************

미안하다 할려 했단말야..

난 그냥 조금만 먹으면 됐단말야...

화내면 내가 말을 못하잖아

내가 잘못한거 안단말이야...

가버리면 속상하잖아

난 아빠가 아이스크림 먹지말라그럼 안먹을수 있단 말이야..

아빤 장난 많이 치면서 내가 장난치는건 몰라...?

내가 먹으면 갈거 아니야...

그럼 또 헤어지잖아..

그럼 아빠도 속상하잖아...

난 그냥 걱정되서 조금만 먹으라는거였단 말야..

난 미안하단 말이야...

내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아빠랑 헤어지는거 싫단 말야..

1달만에 만났잖아

제발 와...

걱정된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돼?

더 미안해지잖아...

아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오늘 차에서 자도 되니까 얼른 와...

차 안에만 계속 있을게.

오고있어?

제발 와..

어디야?

********************************

 

그렇게 30분여가 지나고, 미지에게 전화가 왔네요.

'왜?'

'오는거야?'

'왜? 집에 갈거야?'

'응.'

'알았어. 갈게.'

 

사실 뜻밖이었습니다.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할줄 알았더니, 그냥 집에 가겠다고...

오히려 제가 미안해지기 시작하네요.

그정도 사과했으면 받아줄만도 한데, 제가 더 심하게 고집을 부렸던거죠.

 

가게에 갔더니 엄마랑 통화중이더군요.

차에 태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고집피울것 같으면 오지마!'

'응.'

'엄마한테 전화했어?'

'응.'

'엄마가 뭐래?'

'집에 와서 9시 30분까지 혼자 있으래.'

'엄마한테 뭐라고 했는데?'

'아빠한테 괜히 고집피워서 아빠가 많이 화가 났다고... 아빠는 장사해야 하는데, 내가 가게에 있어서 아빠가 안온다고... 아무래도, 내가 집에 가야 아빠가 오실것 같다고 했어.'

 

아......... 미안해라......

화가 나서도 아니고, 속상해서도 아니고, 단지 나를 위해서 집에 가겠다니......

 

'예전에도 얘기했었지? 어른들은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다고... 마굿간 체육대회에 가면 다들 술 마시잖아. 연말에 송년회에 가도 항상 술을 마시게 돼. 미지가 정말 아빠를 위해서라면 '아빠 건강 생각해서 조금만 마셔~'했어야지. 무조건 마시지 말라는건 아빠를 위한게 아니잖아.'

 

미지가 울면서 얘기를 하네요.

'나 사실 장난으로 그랬던거란말야. 장난으로 한건데, 아빠가 화를 냈고, 그런데 거기서 장난이었다고 얘기하면 핑계댄다며 더 혼날것같아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있었던거야.'

눈물을 훔치며 이어가네요.

'미안해. 아빠가 많이 화나서 앞으로 못 만날까봐 그래서 안가려고 했어. 미안해.'

 

내가 왜 널 안만나니... 너에게 항상 미안한게 이 아빤데...... 왜 아빠를 더 미안하게 만드니......

 

미지집으로 보낼 생각도 없었지만, 미안해서 더이상 갈 수 없었지요.

차를 돌렸습니다.

'앞으론 고집 피우지마~'

'응.'

'엄마한테 전화해. 아빠가 화가 풀려서 아빠집에서 자고 원래대로 일요일날 집에 갈거라고...'

'응.'

 

가게로 되돌아 왔습니다.

고기 먹을거냐고 물었더니, 먹겠다네요.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아빠에게 안겨 미소를 짓습니다.

네... 정말 너무 행복했고요, 그 어린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많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녁 9시쯤 집사람이 잠실에서 버스를 탄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리고, 40분정도가 지났는데 미지가 묻네요.

'아빠~ 엄마 올 시간 안됐어?'

'올 때 됐지~ 왜?'

'응. 마중나가려고~ 나 갔다올게~~~'

그리고, 잠시 후 집사람 손을 잡고 함께 걸어오네요.

 

그렇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미지야~ 일어났어?'

'응.'

제 팔을 베고는 꼬오옥~ 안기네요.

'아빠~ 사랑해~'

'응 아빠도 미지 많이 사랑해~'

뽀뽀를 한 100번은 한 듯...

 

작은 실수를 했을 뿐인데...

그렇게 호되게 혼내지 않아도 됐을것을...

얼마나 많이 가슴이 아팠을까?

미지가 보낸 문자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 눈물이 주루룩~ 흐르네요.

 

미지야... 아빠가 미안해. 정말 많이 미안해...

아빠가 미지 더 많이 사랑하도록 더 많이 노력할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20150605_165653.jpg

  • ?
    귀여운도깨비 2015.06.08 17:04
    부모맘이
    다..그런것 같더라구^^
    나중에 나이 더들어서 미지한테
    용돈 받으려면 지금보다도 훨씬 잘해야할거임.ㅋ
    미지~*똑.소리나게 많이 큰것 같아^^
  • profile
    newboo 2015.06.09 00:33
    10시 좀 넘어서 미지와 통화를 했지요.
    창피한 얘기지만, 저는 딸 앞에서 잘 운답니다.
    '미지야~ 자? 아빠가 지난주에 미지 왔을때 너무 심하게 혼낸것 같아서... 미지야~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정말 미안해. 다음부턴 안그럴게.'
    울먹이며 얘길했지요.
    미지가 답을 하네요.
    '아니야~ 괜찮아~ 울지말고 얼른 자~ 사랑해~~~'

    이런 딸을 왜그리 메몰차게...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요.
    참 많이 미안합니다.
    그리고, 내 딸은 역시... 천사입니다.
  • profile
    황소뿔 2015.06.09 12:49
    바뀐거 같다...
    부모와 자식이~~ㅠ
    미지 대견하네...
    속 깊은 아이니까...
    대화를 더 많이해...^^
  • profile
    connie 2015.06.09 15:44
    눈물난다 오빠...
  • profile
    영록 2015.06.09 16:23
    새붐이형!!
    형의 글을 읽으면 너무나도 가슴이 울컥 거릴정도로 감동이에요...ㅠ.ㅠ
  • profile
    삐루 2015.06.11 10:27
    아이들에게 제가 배우는것이 많더라구요....
    저도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어용...

    감동인 글이네용....^^
  • ?
    한우리 2015.06.15 17:20
    잘 해라, 쫌.
  • ?
    다솜 2015.06.21 23:34
    아빠와 딸이 바뀐거 같아요 미지 참 예쁘게 자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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