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어’ 마친 이문세
워싱턴DC 관객 넥타이 풀고
오사카 객석 절반엔 일본인
26일~연말 전국투어 벌이고
아이유 등 참여 15집도 계획
» 이문세가 지난달 15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엔모어시어터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이문세는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초부터 두달 가까이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디시, 일본 오사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를 도는 월드투어를 하고 왔다.
“무대에서 노래하다 보면 감정선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울컥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관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제 눈에서도 눈물이 줄줄 흐르죠. 이번 월드투어에선 이런 상황이 특히 많았어요. 첫 곡 ‘옛사랑’부터 눈물 흘리는 교민들이 얼마나 많던지. 타향살이하며 속에 진 응어리가 제 노래를 계기로 복받쳐 오르며 터진 거죠. 저도 첫 곡부터 목이 메어 혼났어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워싱턴디시 공연을 꼽았다. 워낙 보수적인 도시여서 관객 반응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지만, 여성 관객은 물론 남성 관객까지 넥타이 풀어헤치고 열정적으로 즐겼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소리 질러본 게 얼마 만이야?”라며 스스로도 놀라는 교민들 모습에 이문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관객 무장해제에 성공했구나.’
오사카에선 일본 관객 비율이 절반이나 됐다. 얌전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에게 “예의 차리지 말고 소리 지르고 흔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관객 못지않게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며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며 흐뭇해했다.
사실 이문세는 일본 활동을 한 적이 없다. 공연 뒤 사인회에서 일본 관객에게 “저를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더니 “10년 전 친구가 선물한 음반을 듣고 좋아하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문세 음악을 이해하려고 한국어학당에 다닌 이도 있다고 했다. “참 신기하고 고맙더라고요.”
이문세 공연은 섬세한 연출과 관객과의 교감이 돋보이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관객과 합창하거나 퀴즈를 내어 선물을 주는 등 관객 참여 순서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연마다 거의 매진사례를 이룬다.
지난 4월 한 달간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펼친 18회 장기공연은 시작 열흘 전 1만8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지난해 말에는 1만여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사흘 내리 채웠다. 그는 1998년부터 2년마다 전국투어를 해오고 있다.
“음반시장도 안 좋고, 방송은 예능밖에 없고…. 내가 해야 할 영역이 뭘까 고민하면 답은 공연밖에 없어요. 이십몇년 전엔 공연만 하면 난리 났어요. 그게 끝까지 갈 줄 알았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빈자리가 생기더라고요. 뭐가 문제일까? 히트곡이 없어서? 감동이 없어서였어요. 90년대 중반부터 연출과 무대 구성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발라드 가수이지만, 관객들 하품하고 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관객 참여를 활성화했어요. 쇼는 즐거워야 하잖아요.”
그는 오는 26일부터 12월3일까지 경산·안양·광주·김해·포항·대전·의정부·안산·창원·춘천·고양·이천을 도는 전국투어를 벌인다. 이후 연말에는 서울·부산·대구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너무 공연에만 몰두하는 거 아니냐고요? 음반 준비도 차곡차곡 하고 있어요. 내년에 15집 내게 되면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셈이죠. 자작곡도 많이 넣을 거고요, 박봄·아이유 등 후배 가수들 참여로 좀더 열린 음악이 될 것 같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이문세씨는 인터뷰 사흘 뒤인 7일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상을 치룬 직후라 이글을 읽기만 해도 괜히 슬퍼지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