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세계 음악을 보니 제가 작았구나 느꼈어요

아주경제 황인성 기자=가수 이문세가 14일 자신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리. 이문세 프롬 브라질 엔드 아르헨티나'를 발표했다. 앨범은 종편 TV조선 '이문세와 떠나요. 비밥바룰라'을 촬영하면서 세대륙을 여행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이문세는 약 3개월 동안 전 세계 음악인과 만나고 교류했다. 이는 올해 데뷔 29주년을 맞은 이문세에게 음악에 새로운 것을 눈을 뜨게 했다. 이문세는 자신의 히트곡을 보사노바와 탱고로 편곡하게 됐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 카페에서 만난 이문세는 3개월 동안 모진 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문세는 "지금은 건강이 많이 회복된 상황이다. 처음 귀국했을 때는 지금보다 얼굴상태가 많이 안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이문세는 아침에 호텔 뷔페 두 세그릇을 비우고도 늘 허기가 질 정도였다. 덕분에 여행을 끝내고 돌아 왔을 때는 '비루 먹은 말'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생은 이문세에게 영감을 줬다. 여행하면서 이문세는 전설의 그룹 시카코부터 샹송가수 파트리트 카샤, 뮤지컬배우 브래드 리틀 그리고 남미의 음악가와 협연을 펼쳤다. 이는 그에게 귀중한 자산이 됐다. 이문세는 "제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걸 느꼈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음악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리메이크 앨범 '리. 이문세 프롬 브라질 엔드 아르헨티나'다. 히트곡 '알 수 없는 인생',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 '광화문연가' 등 네 곡이 실린 앨범은 히트곡의 색깔을 모두 지우고 다시 채웠다. 초창기 패기에 넘치고 화려했던 이문세의 창법도 연륜과 뚝심으로 초점을 맞췄다. 보사노바와 탱고로 자신의 히트곡을 재해석했다.

"제 노래를 기존의 가수들이 많이 불렀는데, 저도 다시한번 제 곡을 해석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세계를 돌며 많은 음악가들을 만나 협연을 펼쳤는데, 그때마다 '제 노래가 이런 장르에 접목시켜 보니 이런 매력도 있구나'하고 깨닫게 됐죠. 리메이크 앨범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가장 큰 고민은 원곡이 가진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문세의 노래는 많은 후배가수들이 리메이크했지만, 기존 곡의 완성도를 뛰어 넘지 못했다. 하물며 이문세가 자시의 곡을 재해석하는 것은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듣고 차라리 그냥 놔두지란 생각이 들까봐 고민을 했어요. 다행히 결과물에 대해 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소녀' '광화문연가'는 기존 풍성한 사운드를 보사노바로 잔잔하게 바꿨습니다. '소녀'는 작업을 마치고 이렇게 만들수도 있구나하고 깜짝 놀랐어요. '광화문연가'는 보컬을 축으로 사운드가 제멋대로 돌아가죠. 뚝심을 가지고 튀는 음악을 보컬로 누르려고 해봤답니다."

리메이크 앨범을 선보인 것은 급변한 음악적 환경에 적응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싱글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이문세는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자신이 없었다. 여행으로 다양한 음악을 접한 이문세는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문세는 최근 100회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긴 시간 그의 공연은 공연계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풍성한 사운드와 히트곡 그리고 라디오DJ로 다져진 진행실력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문세의 공연은 2시간 동안 기쁨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이문세는 "경마장에서 달리는 말처럼 숨가쁘게 살았다"고 진담반 농담반으로 말했다.

"올해 12월31일 서울공연으로 100회를 맞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네요. 그냥 행복합니다. 내년부터는 월드투어를 시작할 예정이고요. 공연 끝나봐야 제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것 같아요."

이문세는 내년에 월드투어를 준비 중이며,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초대형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무대에서 빛이 나는 게 바로 가수다. 이문세가 행복한 가수인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