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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2.11.04 11:07

미지의 고민

2012.11.04 11:07 조회수 1646

며칠전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절대 화 내서도 안되고, 아주 솔직히 얘기해줘야 해~

이건 정말 나한테는 중요한 얘긴데, 아빠가 정말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내심 겁이 버럭 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궁금한 일이 있길래...

뭐냐고 물었죠.

 

미지 왈 '아침에 선생님이 우셨어.'

 

컥! 그걸 어쩌라고? 그게 왜 미지한테는 중요한 일인지? 내가 뭘 솔직하게 말을 해야 하는지...

얘기를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아무래도 혼낼일이 있겠죠.

1학년때 선생님과는 달리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정말 화를 잘 않내시는 분인데, 어쩌다가 몇 학생을 혼냈나봐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이르고...

그 부모님은 학교에 전화해서 항의를 하고...

 

도대체 학교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아무튼, 항의 전화를 받은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와 울면서 이런 얘기를 하더랍니다.

'얘들아~ 너희가 선생님한테 무릎 꿇으라면 꿇을게. 제발 집에 가서 그런 얘기좀 하지마~'

 

저도 몇번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났는데, 정말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린 선생님이었죠.

 

어쨌든, 이 얘기를 쭉~~~ 하더니 선생님이 울어서 자기도 같이 울었다는거예요.

상처 받았을 선생님을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던거죠.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문을 열었죠.

 

아빠 '미지야~ 그럼, 미지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미지 '응. 맞다고 생각해. 애들이 잘못해서 혼난건데 당연하지~'

아빠 '그래. 좋아. 지금 가장 좋은건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고, 잘못해서 혼났을때 부모님께 이르지 않는걸거야. 그치?'

미지 '응.'

아빠 '그런데, 선생님 말씀도 안듣는 애들이 미지가 "그러지 마~"한다고 미지 말을 들을까?'

미지 '아니.'

아빠 '그렇다면, 아빠 생각엔 차라리 선생님 마음을 추스려드리는게 더 나을것 같아.'

미지 '어떻게?'

아빠 '미지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지?'

미지 '응.'

아빠 '그럼 미지가 선생님께 편지를 써. 길게 쓰지 않아도 돼. 그냥 이런식으로 써.

        "선생님~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 마음 알아요. 선생님 힘 내세요~" 이런식으로...'

미지 '아빠! 바로 그거야!!!'

아빠 '뭐?'

미지 '으이휴~ 그냥... 엄마는... 내가 이걸 물으니까 "무슨 그런 선생님이 다 있니?"하면서 화만 내잖아.

          바로 그거야. 앞으로도 지금 이거처럼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이렇게 해답을 내주면 돼. 알겠어?'

아빠 '응. 알았어.'

미지 '앞으로도 아마 이런 질문을 많이 할거야. 그때마다 이런식으로 하라고. 알겠지?'

아빠 '응. 알았어. 편지 꼭 쓰고 자~'

미지 '응~'

참네... 어이없어. 아빠한테 이래라 저래라... 으이구~~~

 

다음날이 되니 내심 궁금하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됐을지.

미지에게 전화를 걸었죠.

아빠 '선생님께 편지 드렸어?'

미지 '응.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석류쥬스하고 같이 드렸어.'

아빠 '선생님께서 뭐라셔?'

미지 '응.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어.'

ㅋㅋㅋ 단어선택하고는... 기쁨의 눈물... ㅋㅋㅋ

 

맞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이 얘기를 할때 그걸 귀담아 들어주길 바라지요.

나한테 그렇게 고마워하는걸 보면서, 내가 미지때문에 많이 커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참 미지는 착한 아이입니다. 아침에 선생님께서 우셨다고 하루종일 고민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다행입니다. 제가 이렇게 작게나마 미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 ?
    늦깍이사내 [늦깍이사내] 2012.11.04 12:13
    나두 딸바보 되고싶어 너무 부럽네 ^^
  • ?
    귀여운도깨비 2012.11.04 12:28
    제~~~~주관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미지의 학교에서 학생이 무엇으로 인해 선생님께 혼났는지...
    그 학생이 부모에게 어떤식으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헀는지...
    또..부모는 어떤식으로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헀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부모가 알아야한디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초딩떄는 아이들이 어리기 떄문에 어떤일에 대해서 판단력이 흐려질떄도 가끔 있는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어린아이들에게 "집에 가서 그런 애기 하지 말라고"하는 것도 이햬가 안되는 부분이고요.ㅠ
    그 상황에서는 선생님만 상처 받은것이 아니고 학생이나 부모도 똑같은 상처를 받았겠지요.
    이럴때는~~~선생님과 학부모간의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미지가 귀엽네요.^^
  • ?
    주모 2012.11.04 16:58
    미지는 역시 생각이 깊어...
  • ?
    가을소녀 2012.11.04 19:30
    미지가 제 마음을 짠하게 한다는...미지 마음도 이쁘네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 ^^
  • profile
    오월의장미 2012.11.04 19:43
    때론 그 어떤 논리와 이치를 떠나 니 맘이 어떤지 안다는
    그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지요~~
    그래서 미지의 편지를 받고 선생님 맘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네요~~
    미지도 담임쌤도 모두 화이팅!!~^^♥♥
  • ?
    ngjade 2012.11.04 23:15
    아이를 키우며 가장 필요한 공감‥
    하지만 젤 어려운 일이지요
    먼저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시행착오속에 후회만~~
  • ?
    한우리 2012.11.05 11:33
    따님을 본받으며 사시길...^_______^
  • profile
    내오랜... 2012.11.06 13:37
    위로해드리고싶다...
    담임선생님.
  • ?
    금자씨 2012.11.06 21:36
    아이들에게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배우는것 같습니다..^^
    마음이 참 예쁜 따님을 두셔서 참 행복하실것 같아요..
    11월에는 더욱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시길 빌께요~~^^
  • ?
    떵향기 2012.11.08 13:16
    딸바보 아빠^^
  • ?
    대발 2012.11.10 14:28
    괜찮은 아빠네 형은...


    반성...
  • ?
    바다소리 2012.11.10 22:37
    미지의 따뜻한 맘이 선생님께 오래도록 기억될 듯 싶어요..
    정말 이쁜 맘을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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