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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2011.06.30 05:10 조회수 2274

2011년 6월 25일 오후 7시 조지 메이슨 대학 음악센터.

 

막이 오르자 흰 커튼 속에서 이문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에는 통기타가 들려있었다.

박수와 함께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옛사랑’.

 

노래 반주에 기타만한 악기가 또 있으랴. 하나씩 줄을 뜯어가면서 부르는 그 ‘옛사랑’으로 금방 가슴이 촉촉이 젖어온다.

내 값싼 눈물은 벌써 시작이다. 빌어먹을...

 

이어서 첼로와 바이올린을 반주로 ‘사랑이 지나가면’을 부르고 또 밴드에 맞춰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는 트롯을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즉석 이벤트를 마련해서 베스트 커플상이니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고, 10대 관객에게는 과자를 선물하고 춤과 노래와 재담이 섞인 진행으로 3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특히 그의 재담은 어느 가수가 쫒아오기 힘든 무기였다.

그야 말로 20대와 60대를 모두 아우르는 무대였다.

 

그는 10년 만에 미국순회 공연을 하고 있단다. 그 마지막 공연이 워싱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이곳을 올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워싱턴에서의 마지막 무대라는 심정으로 노래를 한다고 했다.

그래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한편 그 말이 참으로 섭섭하게 들렸다. 설혹 다시 못 오는 한이 있더라도 ‘꼭 다시 오겠노라고 기다려 달라’고 하면 좋았을 것을.

 

젊었을 때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노래, 특히 가사를 다시 접하고는 달리 생각했다. 이만한 가수도 없다.

그 날 개인적으로 노래의 절정은 ‘광화문 연가’였다. 그가 그 노래를 부르는 데 커튼이 내려오더니 덕수궁 돌담길과 광화문의 영상을 잔잔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아아. 덕수궁 돌담길.

그 얼마 만인가. 언제 마지막으로 걸어 보았는지 기억조차 없다.

달려가 손으로 더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계속 눈을 뜨고 그 아름다운 돌담길을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었다. 또 눈물이 흐르니까.

 

그는 마지막 노래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목이 메어서. 대신 관객들이 노래를 끝내주었다.

‘미국생활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하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 말을 끝으로 미국을 떠났다.

 

그날 밤.

조금 길었던 낮잠 때문인가 아님 공연의 감동 때문인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힘들게 잠이 들었다.

 

 워싱턴에서 올렸습니다. 

  • ?
    다음문 [다음문] 2011.06.30 07:13
    내 눈앞에 공연을 보는 듯 합니다 .문세오라버니 공연 감동이죠.봐도 또 보고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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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언니 [왕언니] 2011.06.30 08:34
    아침에 화장 다 하고 눈물 훔치고 화장 수정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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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마미 [미니마미] 2011.06.30 08:40
    맞아요. 워싱턴공연이 마지막이란 말은...
    너무 하셨네요.
    예쁜 필체로 자세하게 써주신 후기 너무 잘읽었읍니다.
    행복하세요..
  • ?
    강형석 [운영자] 2011.06.30 09:57
    괴롭다... 오사카 가야지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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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뭉클 눈물이 주루룩 휴~~
    그래도 그렇게 좋은 공연 보셨으니 위로가 되셨으리라 생각 하는데..
    힘들고 지칠때 생각하시고 힘내시길 바래요..
  • ?
    순수 [순수] 2011.06.30 10:29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제 친구도 광화문 연가를 들으면서 덕수궁 돌담길의 사진을 볼 때...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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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마 [애마] 2011.06.30 12:10
    가슴이 뭉클....... 서울의 공연과는 또다른 느낌이네요. 정말 특별한 느낌이에요. 좋은 공연 보셔서... 좋으시겠어요. ^^ 돈 많이 버시고...행복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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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오나 [피오나] 2011.06.30 13:34
    가슴이 짠해지는 정말 감동스런 후기네요. 순간 눈물 핑~!!
    감사합니다
  • profile
    김동숙 [김동숙] 2011.06.30 13:47
    그 마음이 어떠실지.. 눈가가 뜨거워집니다.. 언젠가 문세님 공연 또 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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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혜 [김영혜] 2011.06.30 19:59
    아주가끔, 세상모든사람들이 불쌍하다는 기분이 들때가 있는데, 지금은 위대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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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이상민] 2011.06.30 20:09
    눈물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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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의 마음이 느껴지니... 마음이 찡합니다. 덕수궁 돌담길... 이제 곧 한국에 나오시겠네요~ 오빠 공연 보시러~^^... 그럼 그곳에서 치열하게 열심히 생활하시길 바랍니다~^^건강하세요!
  • profile
    라임 [라임] 2011.06.30 22:15
    마음이 짠 합니다..얼마나 행복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 감동 오래오래 간직하시고 열심히 사시다가 문세오빠공연을 또다시 접하게 되는 행복한 일이 일어나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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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라미슈 [티라미슈] 2011.06.30 22:29
    조지 메이슨 음악센터에서 오빠의 공연을 보는 듯.. 글 속에서 감동의 여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항상 오빠의 행복바이러스속에서 생활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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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소녀 [가을소녀] 2011.06.30 23:42
    워싱턴에서 또 다시 공연하시는 날이 있으시길~~ 그리움.. 추억.. 행복.. 또 다시 느껴 볼 날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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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ica [monica] 2011.07.01 02:24
    공연하는 분들도 온마음
    함께하는 분들도 온마음
    후기읽는 우리도 온마음
    그리고,
    모든중심 문세님 온마음
    서로에게 멋졌던 '붉은노을' 기립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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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미 [하루미] 2011.07.01 10:50
    저도 작년에 동경에서 느꼈거든요- 정말 가슴이 뜨거워 오더군요--- 전 일요일 오사카 공연에 비행기 타고 날라갑니다!! 정말 다시는 일본에서 콘서트를 못 볼지도 모르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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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못 오는 한이 있더라도..꼭 다시 오겠노라고 기다려달라는... )귀절이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네요...가슴이 좀 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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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언니 [큰언니] 2011.07.01 16:10
    이 글을 읽는데..내가 왜 울컥할까요?? 왠만해선 안그러는데...늙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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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에서 문세님 콘서트를 보셨음 더많이 찡하셨을 꺼예요...안봐도 그 심정 충분히 알겠습니다...저도 님의 글을 읽으니 4월의 행복했던 벅차오르던 감동이 되살아오네요^^ 타국에서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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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난하다 [험난하다] 2011.07.03 21:03
    감정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괸시리 우울증으로 이어지면 클랍니다 ㅎㅎㅎ 그럴땐 나는 행복한 사람을 를 들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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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밀 [해밀] 2011.07.05 01:23
    정말, 많이 웃으며, 울었었다는..
    ^^ 좋은후기 감사합니다
  • profile
    내오랜... [내오랜...] 2011.07.05 12:27
    점심먹기전에 훌쩍이고 갑니다~^

    이귀한 음악을 남기고 들려주시는 이문세&이영훈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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