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5일 오후 7시 조지 메이슨 대학 음악센터.
막이 오르자 흰 커튼 속에서 이문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에는 통기타가 들려있었다.
박수와 함께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옛사랑’.
노래 반주에 기타만한 악기가 또 있으랴. 하나씩 줄을 뜯어가면서 부르는 그 ‘옛사랑’으로 금방 가슴이 촉촉이 젖어온다.
내 값싼 눈물은 벌써 시작이다. 빌어먹을...
이어서 첼로와 바이올린을 반주로 ‘사랑이 지나가면’을 부르고 또 밴드에 맞춰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는 트롯을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즉석 이벤트를 마련해서 베스트 커플상이니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고, 10대 관객에게는 과자를 선물하고 춤과 노래와 재담이 섞인 진행으로 3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특히 그의 재담은 어느 가수가 쫒아오기 힘든 무기였다.
그야 말로 20대와 60대를 모두 아우르는 무대였다.
그는 10년 만에 미국순회 공연을 하고 있단다. 그 마지막 공연이 워싱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이곳을 올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워싱턴에서의 마지막 무대라는 심정으로 노래를 한다고 했다.
그래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한편 그 말이 참으로 섭섭하게 들렸다. 설혹 다시 못 오는 한이 있더라도 ‘꼭 다시 오겠노라고 기다려 달라’고 하면 좋았을 것을.
젊었을 때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노래, 특히 가사를 다시 접하고는 달리 생각했다. 이만한 가수도 없다.
그 날 개인적으로 노래의 절정은 ‘광화문 연가’였다. 그가 그 노래를 부르는 데 커튼이 내려오더니 덕수궁 돌담길과 광화문의 영상을 잔잔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아아. 덕수궁 돌담길.
그 얼마 만인가. 언제 마지막으로 걸어 보았는지 기억조차 없다.
달려가 손으로 더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계속 눈을 뜨고 그 아름다운 돌담길을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었다. 또 눈물이 흐르니까.
그는 마지막 노래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목이 메어서. 대신 관객들이 노래를 끝내주었다.
‘미국생활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돈 많이 버시고 행복하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 말을 끝으로 미국을 떠났다.
그날 밤.
조금 길었던 낮잠 때문인가 아님 공연의 감동 때문인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힘들게 잠이 들었다.
워싱턴에서 올렸습니다.